옛날부터 생각했는데, 그 시초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인 것 같다. 그때부터 이어지던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느낀다.

 부모자식간에도 싸운다. 부모자식간에도 피해자와 피의자가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서로 의지를 하는 그런 훈훈한 관계가 아니라. 물론 예외도 있겠으나 다들 자식을 제맛대로 굴리기 바쁘고, 다 크면 내동댕이 치고 이제 다 키워줬으니 나 먹여 살리라 하기 바쁜 사회다. 아무도 '전혀 그런 일은 없다'고 대답 못하겠지. 예외는 있다 해도 사실은 사실일 테니. 부모들이 자식에게 그렇게 제멋대로 요구하는 것도, 다 자식을 아이로서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북돋아줄 수 있는 여유가 없어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우리나라 사회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렇게 여유 없게 만드는 사회라는 것도. 그런 사회를 만든 게 더 이전 어른들의 어른 세대들의 짓이라는 것도.

 그냥 다 사회 문제다. 우리나라 문제다. 아이한테는 '남에게 양보하라' 가르치며, 정작 자기 자신은 제 이익 추구하기 바빠 그런 것이 문제다. 그래서 갓 성인이 되어 들어온 '남의 아이'에게서 어른들은 미친듯이 뜯어낸다. 뜯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다른 어른들한테선 뜯어내기 어려우니 가장 뜯어내기 쉬운 '어린 어른'들에게서 뜯어내는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어른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러나 그런 어른을 만나는 운 좋은 일은 거의 흔치 않다. 여튼 그렇게 강제로 어른이 된 '남의 아이'는 또다시 아랫 세대에게서 뜯는다. 윗세대에게 뜯으려고 덤볐다간 도리어 뜯기면 뜯겼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테니까. 그러다보면 악상황은 반복되겠지. 더욱 더 악화되면서, 더 아랫 것들에게만 더 뜯어내면서, 최하위의 것들은 결국 다 뜯기기만 하고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만약 아이가 자신의 선에서 그 악순환고리를 끊어낸다면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자신만 뜯긴 게 억울하겠지만, 짜증나잖아. 또 다시 예전 자기 입장에 선 어른아이들이 자신들처럼 윗세대들한테 삥뜯기는 거. 건강, 시간, 꿈, 정신력 모조리 탈탈 뜯겨버리는 거. 빡치잖아. 그게 미래에 내 아이가 될 텐데.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그딴 윗세대만도 못한 개새끼가 되어버리는 거.

 그딴 윗세대한테 져서, 나도 똑같이 혹은 더하게 내 아랫세대한테 나쁘게 대하고, 그렇게 내 초반의 의지대로가 아닌 윗세대의 나쁜 의지에 물들어버리는 거.

 윗세대한테 결국 정신적으로마저 져버리는 거.

 시발. 정신적으로 살인을 당할 지 몰라도 싫어. 당당하게 '당신은 살인자. 난 피해자. 다 그러는 당연한 짓이 아니고, 당신은 분명 살인자 짓 한 거고, 난 그 피해를 받은 피해자고, 난 당신처럼 살인자 짓 안 했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당연한 살인자가 될 바에야 그에 당한 피해자만이 되리라. 그리하야 그 다음 피해자 타겟, 다음 세대들이 '살인하고 살인 당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각성을 하여 그 살인자를 처단하는 처단자가 될 수만 있다면...그래서 많은 살인자들을 내몰아버릴 수만 있다면!

 내가 또 살인자가 되어버리면 다음 타겟은 처단자는커녕, 또다시 살인자 아니면 피해자가 될 테니까.

 빡치니까.

 가능성이 있을지도, 그리고 내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말이다.

 

2014. 8. 6.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