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감상 포스팅입니다. 




 다 보고 나서 ‘윤종빈 감독한테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매력을 살려줄 줄 아는 힘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윤종빈 감독의 18번 배우들이 나오는) 이전의 영화들을 봐서 하정우의 매력은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이번에도 하정우가 연기할 때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 무의식중에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건 또 다른 변수다?

 하정우뿐만 아니라 강동원, 이성민, 윤지혜까지 모두 매력덩어리처럼 다가왔다.

 하정우, 연기 잘한다는 건 이미 자자하다. 조진웅도 그렇고, 이경영 씨도 조연으로 최근까지 아주 멋있게 활약하고 있으며 이성민 씨도 골든타임이며 아주 어마무시한 활약을 했겠다. 마동석 씨도 내 기억만 해도 영화 서너 군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했고 말이다. 이 중 누구하나 흠 잡기 힘든 인물들이었다.

 이건 사실이기 때문에 해당 배우들의 연기 타입이 싫어서 ‘나는 그 말 인정 못해’라고 할 순 있어도 ‘아냐, 연기 못하는데 왜 연기 잘한다고 우겨?’라고 할 순 없으리라 본다.

 헌데, 윤지혜 씨마저! 정말, 정말 사과 먼저 드리겠는데, 난 이분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근데…….


 “너무 멋있어요, 언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고 달려가서 플랜카드 흔들어주고 싶다.


 물론 부분부분 지루하고, 쓸 데 없이 들어간 것 같은 장면에 눈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 때문에 영화 초반의 “흥미진진하다”생각했던 부분에 비해 상영 종료 후의 소감은 “생각보다 별로네…….”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볼만한 가치는 내게 있었다. 누가 군도를 본다고 하면 말리지 않고 “그래, 잘 보고 와.”라고 말해줄 정도로.

 대신 “재밌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말이다.


 배우들부터 논해볼까.

 먼저 우려했던 강동원.

 강동원은 하도 보기 전에 연기 별로다 하는 얘길 많이 들어서 그런가, 기대치 않고 봤다. 근데 웬걸. 생각보다 강동원의 사극연기는 괜찮았다. 한복이 제법 잘 어울리네, 생각까지 했다. 물론 연기 어설픈 부분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특히 그 화려한 칼 연출. 아주 멋지구리였다. 얼굴이 받아주니 뭘 해도 이쁜이였지만. 다만 너무 비현실적으로 예뻐서 그… 머리 풀어헤쳐졌을 때……. 진짜 진심으로 무서웠다……. 진짜 귀신이 출현하신 줄…….

 다음, 하정우.

 뭐, 윤종빈 감독의 18번 중의 제0순위 배우라고 생각한다. 뭔가 이제는 이 배우를 보면 윤종빈 감독의 영화 색이 떠오르고, 윤종빈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면 하정우 씨의 색이 떠오른다. ‘갈색’이 말이다. 나한텐 갈색의 느낌이었다. 시작은 강렬하나 속은 모르겠는. 사실 하정우 씨가 난 끌리지 않아서,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 있겠다. 뭐, 문화생활은 다 저 좋다고 하는 거니까 나 좋을 대로 씨부리겠다. 개인 감상이니까.

 그리고 조진웅.

 이분도 슬슬 18번 배우로 등극하려는가. 여기저기 보이시는데, 역시나 연기력은 캡숑짱맨. 그러나 나만 그런지 모르겠어도 내가 접한 이분의 모든 사극이 다른 사극의 연기들과 너무 비슷한 느낌을 받아 이 분의 연기가 슬슬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부디… 진심으로 멋진 배우로 계속 남아주시길, 앞으로 더 화이팅하시길 간절히 빈다.

 이성민.

 아저씨사랑합니다.......................아, 이게 아니지. 내가 좋아하는 컨셉에, 내가 좋아하는 연기색을 가진 분이라 반했다. 사실 이 배우 분께는 진즉 반했지만, 여기서 연기한 캐릭터도 진짜, 잠잠한 연기를 하시다가 중간중간 불쑥불쑥 호숫가에 대포 한방씩 쏴주시는데 그 연기에 아주아주아주 반하겠다. 마음에 들어서 강동원과 대결구도일 때 사실 더 큰 활약을 했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나 여러가지를 보았을 때… 물론 캐릭터 나이도 그렇고 해서 실상은 대충 포기하고 그런 진행이 될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서 봤다. 흑흑. 그럼에도 나름 버텨낸 것을 보면 소싯적 잘 나가셨을 땐 강동원이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실력을 지닌 관료가 아니었을까 싶다. 읍....멋있어....ㅠㅠㅠ지금 생각해도 너무 멋있어서 두긍두근하다. 디비디 나오면 사서, 이분 컷 좀 찍어놓고 싶다. 물론 강동원씨는 예뻐서 찍어놓고 싶긴 하지만 강동원은 기성용 이쁜이라면 이성민 씨는 캡쳐해서 나만 보려고 보관하는 용으로....핫? 본심이 나왔나.

 여튼 이분도 앞으로 이대로만, 이대로 멋진 배우로만 남아주시면 좋겠다. 화이팅입니다.

 마지막, 이경영.

 이 분,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분인데 예사롭지 않다고 매번 생각한다. 근데 뭔가 매력이 조금, 아주 조금 부족해서 그게 뭘까 항상 생각했다.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 나름 매력을 느낀 분. 뭔가 조금만 더 있으면 더 멋진 분이 될 것 같다. 기대만빵.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윤지혜.

 멋있어요. 언니.

 (다른 말 필요 없음.)


 그럼 정리해보자. 뭐가 문제였을까? 배우들이 이렇게나 매력덩어리인데, 왜 그렇게나 지루했을까?

 위에서 말했듯이 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내게 ‘갈색’의 느낌이다. 갈색도 여러가지인데, 어떤 갈색은 매력적이지만, 어떤 갈색은 지루하거나 촌스럽다. 뭔가 그 가운데에 있는 게 윤종빈 감독의 영화 같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하면 매력적인 갈색으로 기울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지만 잠시 비틀하여 지루한 부분을 털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가진 채 상영된 그런 갈색 영화 말이다.

 그래도 이전 작에 비해 내가 바라는 갈색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으니 아직 기대는 많다. 점진적으로 더 멋진 영화를 만들어 우리의 눈앞에 어마무시한 대작을 가져다주리라는 기대.


 그래, 탁 까놓고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없었다. 그러나 기대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었고, 그래서 재밌게 와 닿은 부분이 확실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나름 재밌었다.


 만약 누가 이 구석진 글을 읽고 있다면 이 점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건 내 취향이고, 일반인의 사색이며, 개인적인 일기와 같은 글이니 너무 크게 생각하진 말았으면 좋겠다는 점 말이다. 가벼운 감상을 마치며, 끝으로 위에 거론되었던 배우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읽진 않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혼자 사죄하고 변명하는 의미에서 쓰는 거니까 읽든 말든 있는 줄도 모르든 마음대로.


 항상 저도 모르게 이름을 친구처럼 부르게 되는데, 그건 배우들이 그만큼 ‘보통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은 마치 명사와 같아서, 그 어떤 위대한 물건이라도 ‘님’자는 붙지 않듯이 저도 모르게 당신들의 이름을 ‘이름’만 거론해버립니다. 당신들께서 같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감은 나지 않아 매번 저도 모르게 ‘이름’만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훨씬 연배가 있더라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누구 ‘씨’나 누구누구 ‘님’이라고 잘 붙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당신들께서 보통의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으로써 저희들 마음 깊이 새겨져있다는 뜻이니 혹 보시더라도 너무 노여워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누가 좋아하겠어요. 어린 애들이, 생판 모르는 애들이 이름만 덜렁 불러대는 것을. 여러 힘든 것 많을 텐데, 이렇게 좋은 배우로 감독으로 공인으로 저희 눈앞에 나타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내용의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2014. 7. 27.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