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감상 포스팅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나다니는 지하철에 광고 포스터만 보고 ‘아, 보고 싶네.’하고 생각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우연찮은 기회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요즘 영화를 찾아 볼 시간이 없어 막 내리기 전에나야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다 친구 잘 둔 덕인 듯하다. 고맙다.

 일단은 그렇게 마음 놓고 있던 상태에서 급작스레 보게 된 영화인지라 예고편도 보지 못한 채로 본 영화를 보았던 나로서는 배우 누구누구가 출연하며, 어떤 내용인지는 포스터의 내용으로만 어림짐작 하고서 보게 되었다. 덕분인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며, 흔히 말하는 ‘예고편 스포’를 당하지 않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반대로 미리 접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예의 어떤 영화에서는 예고편이 내용의 전부였어서 참 실망했었으니 미리 접하지 않고 본 영화를 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아쉽다면 아쉽다 표현할 수 있으리라.

(다섯 명의 아버지와 그들의 아들 ‘화이’. 이들을 다룬 영화 제목으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라. 딱 여기까지가 내가 접한 내용이었고, 위에서 다룬 것과 같은 이유로 영화의 내용을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라는 것을 참고 바란다.)


 일단 내가 어땠는지부터 말하자면,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괄호를 잘 여닫으며 본 것 같아 제법 재밌었다. 시작의 물음, 그것을 대괄호로 뒤이어 이어지는 물음, 그리고 답, 물음, 답. 수많은 소괄호와 중괄호로 이어져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이 나무는 뭐지? 이 아이는 뭐지? 임형근이 누구지? 이 어머니는 누구지? …… ‘형’에 대한 화가 튀어 희생양이 된 피해자. 그러나 진실로 키우며 화이를 ‘아들’로 여겼던 ‘어머니’. 다섯 명의 아버지 중 가장 주도권을 지니고 있던 한 사람, 그의 ‘형’. 납치당했던 그 ‘형’의 아들. 화이목.


 이야기하자면 더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하겠다. 친아버지와 친어머니, 그리고 다섯 명의 양아버지와 한 명의 양어머니. 나는 다섯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의 부성애와, 두 명의 모성애를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본다. 과연 그들을 양아버지라 칭할만한 자격이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들은 너무나도 각각의 부성애를 ‘화이’에게 쏟았다. 한 명은 걱정 많은, 한 명은 까칠한, 한 명은 장난꾸러기 형처럼, 한 명은 어떻게든 화이를 제대로 키우려는 아버지처럼. 각각의 나름대로 걱정하고 위하였고 마지막 한 명 또한 자신이 겪었던 자신만의 극복 방법을 화이에게 전해주려했다. 잔인해 보였을지 몰라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설픈 위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물론 화이에겐 그 방법이 맞지 않는다 해도 그는 그 방법이 확실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마지막까지 그 인물은 긴가민가했었는데, 끝을 보고 나니 확실히 확신할 수 있었다. 다섯 사내 모두 ‘화이’를 향한 ‘분노’보다는 적어도 ‘망설임’이 먼저였다. 비록 친 아들도 아니며 심지어 그 마지막 사내 ‘석태’에게는 밉고 미울 ‘형’의 아들임에도, 그들은 화이가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죽는 순간까지 진심으로 반격하지 못했다.



 “지, 진짜 쏘려고 그랬던 거 아니지?”

 “…….”

 (동범은 범수에게 묻지만 범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이전에도 죽이지 못한다. 분명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망설임’은 분명 그들 모두가 화이에게 ‘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런 그들의 정은 분명 ‘부성애’에 속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몇 년 전 잃었던 아들이 혹여 다시 찾아오기라도 할까 그 어떤 위협에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던 친 부모. 그리고 각각 나름의 마음으로 아이를 정말로 ‘키운’ 다섯 범죄자들. 그리고 화이를 위해 용기를 낸 한 여성.

 이들은 분명 부모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두 각양각색의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본 화이는 그랬다.



 p.s- 다 보고 나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그거였다. “너 혹시…….” 하고 화이의 친아버지가 말을 다 잇지 못하는 장면. 과연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그는 화이를 알아봤던 것일까. 분명 무슨 말일지 알 것 같음에도 알고 싶고, 두근두근 거리는 게 안쓰러운 마음과 합쳐져 상당히 여운처럼 남는다.











 결론은 깔끔하게 잘 봤다는 이야기. 끝.



2013. 10. 3.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