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느껴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쪽으로 바뀌어준다면 더 좋겠고 말이다.
사실 맨 처음에는 보기를 망설였다. 출연하는 배우와 제목 때문이었다. 물론 취향 차, 생각 차겠지만 나는 지금껏 배우 정재영씨가 출연했던 영화 중 켕기지 않았던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당 영화는 내가 보았던 영화에 한하며, 켕긴다는 것은 그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자꾸 뭔가 걸리면서 집중이 깨졌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배우의 연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나도 아리송하다. 제목은 확실히 취향 차일 수 있으니 넘어가자.
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은 결국 보게 되었단 소린데, 그 이유인 즉 ‘내용’ 때문이었다. 주제. 바로 이 영화가 다룬 내용이 내게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지금껏 이와 같은 영화들은 몇 있었고, 나는 대부분 그것들을 보려고 노력했었다.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말이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볼 때마다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콕 집어서 제발 긁어주기를 바라는 바람. 그러나 그 동안 내가 봐왔던 것들은 대부분이 찜찜함을 남기거나, 시원하게 긁어대기 위해 억지로 현실적이지 못한 내용을 다루었다. 너무 현실만 다루다 영화에 답은 없고 호소만 하다 끝이 나거나, 혹은 반대로 사회문제를 외면하고 우리의 바람만을 다루어 이상적이기만 한다거나 말이다. 항상 ‘현실을 다루면서도 우리에게 시원하게 개선 혹은 희망이란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어디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허황된 이상을 다루어 한을 풀어주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이면서 조금이나마 ‘답’을 내놓는 영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이 영화가 그랬다. 다른 영화에 비교해서, 나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에서 다룬 것과 같은 연유로 이유 모를 켕김은 어김없이 있었지만, 시원했다. 물론 다른 것에 비해서다.
내용은 ‘생각대로’였고, 끝까지 모든 흐름 역시 ‘상상대로’였다. 그러나 마지막 두 형사의 대화에서 나는 ‘답’을 보았다. ‘기대’를 하게 되었다. 저런 것이 현실이지만 어쩌면 그 현실은 나아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저 형사와 같은 사람들이 하나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만들어졌고, 우리 눈앞에 상영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보고 우리는 감정적으로 스크린의 인물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비록 우리는 개개인이나 영화 속에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아가 있다. 그런 자아가 여럿 모이면 언젠가 ‘가능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너무 기약도 없고 허무맹랑해 보이겠지만 ‘우린 결국 이 부조리한 현실에 졌다!’에서 끝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미래를 만들어준 이 영화가 나는 무척 만족스럽다.
곧 비슷한 소재를 다룬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한다고 들었다. 그 영화도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