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대륙횡단
시작 오후 5:50 2015년 6월 23일
시드스넷타 북쪽언덕에서 곰과 만났다. 한참을 함께 있다가 내려온다. 에린에 온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시드스넷타를 거쳐 티르코네일로 내려왔다. 너무 오랫동안 곰과 노닥거려서 그런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여관에 도착하자 저녁 7시가 되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았지만 하늘은 곧 캄캄한 어둠을 몰고 올 테지. 여기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여관방을 구경하고, 여관 앞에서 업무중인 아가씨를 한 분 뵈었다. 그녀는 ‘노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갑자기 ‘노래 한 곡을 듣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과연 배낭 속의 악기가 멀쩡할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꺼내서 연주해보았다.
손이 다 굳었다.
열 번의 삑사리 끝에 드디어 한 곡 제대로 된 연주가 뽑혔다.
노라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순식간에 한밤중이 되었다.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노라는 널어놓은 빨래를 보며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빨래가 다 안 마를까봐 걱정인 듯했다.
밤이 늦었다. 오늘은 이만 눈을 붙이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나아가야지.
이튿날.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배낭을 한참 뒤져서 우산을 꺼내 펼쳤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노라와 인사를 나눈 뒤 여관을 나섰다.
안녕, 티르코네일.
다음 목적지는 던바튼이다.
티르코네일 다음으로 생겼던 마을인데 어느새 대도시가 되었다. 그래, 아주 먼 옛날이지...
티르코네일 남쪽들판을 빠져나와 두갈드아일에 도착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여긴 비를 피하기에 적당한,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으니까. 백만년만에 트레이시를 만났다. 목공을 배울 때가 생각났다...
낮 12시. 여행을 시작하고 여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이참에 뭐라도 만들어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배낭을 뒤적였다.
...칼과 도마, 생고기밖에 없었다. 고기가 상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일지도.
나중에 마을 가면 뭐라도 사야겠다. 한 2년 된 쿠키가 있었지만, 그걸 밥으로 먹을 순 없잖아. 배고프니 다시 걸음을 뗀다. 해가 다 지기 전엔 던바튼에 도착해야했다.
비는 아직이었다.
한두 시간쯤 걸으니 소용돌이 언덕이 나왔다. 여기도 참 오랜만이네...
이제 던바튼까지는 곧이다. 새삼 참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 두갈드아일을 빠져나오자마자 표지판이 보였다.
비가 잠깐 그쳤었는데 그새 또 내렸다. 이번엔 우산을 꺼내려다 귀찮아서 로브 모자를 뒤집어썼다.
오후 3시 반. 드디어 던바튼에 도착했다. 먹을 거 사야지.
과일을 아주 좋아하니까, 과일을 왕창 사고 밥이랑 구이요리 몇 개를 샀다. 큰일이다. 노닥거리다보니까 벌써 저녁이 되었다.
비도 많이 오고 하니, 고민하다가 오늘은 이만 성당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심했다. ...죄송합니다.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일은 좀 더 많이 걸어야겠다.
...잠이 깼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비가 그쳤나 볼까.
비는 아직도 많이 내린다. 아니, 아까보다 더 심해진 거 같은데. 내일, 그치려나...
비가 생각보다 많이 와서 땅이 질척거릴 것 같다. 성당에서 자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지만 내일 이동성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피곤할 테니 좀 더 눈을 붙여두어야지. 계속 비가 와버리면 내일 밤엔 눈을 붙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밤중에 비가 그쳤나보다. 비가 안 그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하늘은 맑았다.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았지만 말이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가는 길에 사과 하나 따먹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반호르까지 와버렸다. 온 김에 마을 안쪽까지 들어서서 구경하고 다시 이멘마하를 가기로 한다. 오늘은 해가 다 뜨기도 전에 출발했으니까, 여유가 있었다.
오랜만의 반호르. 여기도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상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안쪽을 둘러보고 나왔다. 마을 어귀의 여자아이, 이비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 에린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긴 오래되었으니까.
이멘마하 가는 길의 폐허. 아름답다. 평화로운데, 이런 곳에 어쩌다 이런 폐허가 생겨났을까...
이멘마하에 도착했다. 그 눈부신 광경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여기도 참 오랜만이다.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잘 곳을 탐색했다.
시간이 남아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다. 여기 전경은 정말이지... 아, 아까 오가며 보았던 의문의 섬이 보인다. 거기 푯말에 뭐라고 써있던데, 그게 보이려나.
앗, 보인다.
2...637? 숫자 꼴랑 4개? 뭘까, 저 의미는?
음... 모르겠군. 네일한테 가서 간만에 합주나 하자고 해야겠다.
광장 분수대 옆에 캠프파이어를 켜고 누웠다. 네일이 ‘당신이 거지냐’고 했지만 여기가 시원한 걸. 캠프파이어로 몸을 따숩게 하고, 졸졸 흐르는 시원한 분수대 소리를 듣고 있자니 천상 낙원이 따로 없다.
행복하다.
늘 이런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밤중에 비가 내렸다. 천둥벼락도 떨어졌다. 아. 다 젖었네.
처마 밑으로 후다닥 뛰어서 잠시 숨을 돌리고 출발한다. 아... 눅눅해.
블라고 평원에서 포도 좀 따다가 먹어봤다.
먹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버렸다.
와, 타라 도착! 엄청난 대도시! 던바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마을 빠져나가는 것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겨우 탈틴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저녁이 다 지났다. 열심히 걸었는데도 탈틴까지의 거리는 어마어마해서, 하마터면 숲속에서 자리를 펴야할 뻔했다. 겨우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사령부 뒤편의 담 위, 보초에서 자리를 폈다. 마을 전경이 보인다. 벌써 하늘은 달이 뜨고 반짝였다.
바로 잠에 들어야겠다. 오늘 밤은 내 대신 나의 애완 흰부엉이가 보초를 서줄 것이다...
다시 돌아서 울레이드 움집터에 왔다. 베타시절 광고 찍었던 장소라는 펫말이 보인다. 옛날엔 여기서, 숨바꼭질하고 놀았었는데... 이젠 그 동료 밀레시안들은 어딜 가서 뭘하고 있는지.
이번엔 던바튼에 들렀다가 항구로 가서 배를 타야한다. 때문에 이 대륙을 떠나기 전에 소용돌이 언덕에 가 보았다. 여전히 늑대와 위습 천지였다. 여기까지 문게이트가 생기리라곤 꿈에도 몰랐는데말이지.
던바튼은 또 비가 내렸다. 하아...축축해...
계속 걷기만 했더니 체중이 줄고 상체 근육도 줄었다. 앗, 딴짓하다가 길 잘못 들 뻔했네. 걸을 땐 쓰지 말든가 해야지.
다시 카브 항구로 간다.
배를 타고 벨바스트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구경하다보니 벌써 밤이 되었는데, 마땅히 잘 곳이 없어서 성당 근처 마을 주민에게 신세를 졌다.
여긴 밤하늘도 예쁘구나.
내일은 스카하 해변 구경 갔다가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야겠다.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울라대륙을 조금 더 찬찬히 둘러보고 올 걸 그랬나 약간 아쉬움이 든다.
남의 집이니까 일찍 일어났다. 출발.
언제나 긴장감이 도는 스카하 정찰캠프.
영흑의 숲에 왔다. 황폐화된 숲. 새카맣게 변해가는 그 숲을 보고 있자니 죽어버린 영혼들이 슬피 울고 있는 것만 같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쪽 몬스터들은 흉폭하기 때문에 쉽게 어그로를 끌 수 있는 펫은 넣어두었다.
다시 출항, 대륙을 건너기 위하여. 마지막 대륙 이리아로 간다.
밤이 아주 늦어서야 도착했다. 베이스캠프를 잡자마자 장작을 캐서 때웠다.
여유롭다. 한적해서 너무 좋아...
햇빛이 여긴 왜 이리 쨍한지 눈부셔서 잠이 깼다. 이리아 대륙은 누베스 산맥쪽으로 해서 지하로 한 번 내려가야하기 때문에 베이스캠프에서 미리 장작을 준비해가기로 했다. 지하는 추우니까. 웬만하면 오늘 내로 빠져나오길 바라야겠지만.
지하터널에 도착. 오늘 내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과연.
하나도 열 수 없었다...
정신없이 빠져나오고 보니 벌써 캄캄한 밤이었다. 솔레아... 역시 여기 하늘은 맑아서 좋다. 간만이라 두근거리는군.
날이 밝으니 새가 울었다. 새 우는 소리에 깨버린. 오늘 아침은 모둠과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다 실패했다. 그냥 섞는건데... 있는 거 주워 먹고 다시 출발!
두 번째 지하를 지난다. 피시스 도착!
오, 얼음 사이로 작은 호수 몇 개가 있다. 낚시 되나 볼까? 했더니 낚싯대는 도둑맞았는지 없다. 한정판 낚싯대였는데...
바람이 부니 눈보라가 일어서 앞이 하나도 안 보였다.
하루를 꼬박 걸려서 자르딘에 도착했다.
해가 져간다. 완전 꽁꽁 얼어 있던 곳에서 갑자기 화산분지로 오니 온도차가 급격한걸. 감기 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 내일은 로브 벗어야겠다. 덥겠어.
위로 더 올라가면 또 나무가 없을 테니 이틈에 장작이나 캐놔야겠다. 잘 땐 추울 수도 있으니까 로브 입고 잔다. 굿나잇.
많이 걸어서 살이 엄청 빠졌다. 온천까지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즐겁고 평화롭긴 한데, 혼자만의 여행은 조금 쓸쓸했다. 예전 밀레시안 동료들이 그리워...
몹이 많아서 악연 수행하기 좋은데.
라테르 고산지에 도착. 오늘은 여기서 묵어야할 것 같은데. 산이라서 그런지 여긴 벌써 해가 졌다. 헤르바밀림 초입에서 하루 묵고 가기로 결정했다. 밤중에 숲에서의 노숙은 위험하니까. 해도 금방 완전히 모습을 숨겼다.
아. 나무 많다. 여긴 땔감 걱정은 없군. 다만 벌레랑 뱀이...
숲소리가 묘하다. 귀가 멀 것 같아.
숲엔 벌레가 많으니까, 악기에 벌레 꼬일까 기우를 품으며 이동한다.
가다가 실수로 노래기를 밟았다. 윽.
곧 있으면 사바나로 넘어가야하니까 장작 좀 캐 가야겠다.
하마를 타고 폭포에서 캐나이 사바나로 이동. 장작 캘 수 있는 나무는 많지 않아서 장작 얻기는 실패했다. 나무가 있다면 많이 캐놔야겠다. 다음은 사막이니.
윽, 비온다.
드디어 나무가 보인다. 여기서 장작 좀 캐다가 써야겠다. 음.
여긴 절벽이네. 빼도박도 못하고 돌아가야하나.
노숙해야겠는데.
비 피할 곳이 없어. 이놈의 비가 멈출 생각을 않는다.
큰일이다. 해도 다 졌는데. 문게이트에서 좀 쉬어야겠다. 흑.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생각이 안 나서 큰일. 너무 오랜만이라...
안 되겠다. 날이 밝진 않았지만 이동한다.
하하. 이음부가 전부 낭떨어지라 결국 걷진 못하고 다른 이동방편을 썼다. 전에 처음 이동했을 때도 날아가는 펫을 썼던 기억이 있긴 하다.
필리아를 돌고 아래로 내려가면, 다리를 이을 수 있는 석상이 나레스 고원 쪽에 나온다. 대부분은 다리가 세워져 있으므로 강 근처 쭉 훑어보고 있는 거 그냥 건너면 된다. 없다면 필리아에서 돌조각 5개 모아서 족장한테 건네어주고 돌정령 아이템 받은 후, 다시 와서 엘로드로 절벽 근처 물정령 아이템 찾아야 한다.
헤헤 한 번 앉아봄.
공포영화 찍는 것 같군. 여튼.
펫 타는 건 안 된다고 했지만 야생마 타는 거까지 안 된다고 하진 않았지. 후후. 겨우겨우 카루숲에서 무유사막까지 와서 마나터널 근처 야생마를 탔다. 밤이 되어버렸지만, 일단 걷는 것 외의 도움을 이미 한 번 받은 지금으로선 무의미하다. 완주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달려보았다.
무유사막 중간에 고고학자들.
다시 베이스 캠프 도차악!
음. 제대로 하려면 이리아 대륙순서는 바꾸는 게 좋겠다. 켈라항구에서 시작해서 카이파협곡(타조와 말을 이용해서 무유사막까지 건널 수 있다.), 그리고 나레스 사막에서 다리 타고 건너가서 필리아까지 갔다가, 다시 카루숲으로 나와서 메이즈평원까지 온 다음에, 누베스 산맥 타고 그 뒤의 경로는 그대로 늪지대까지하고 끝.
끄읏. 다 돌았다. 다음에는 진짜 제대로 해봐야지.
종료 오전 1:13 2015년 6월 24일 (휴식 제외 총 6시간 30분 소요)
프로젝트 by 얄라(@EMPERORofOIL)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