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아주 실컷 영화를 봤습니다. 원래 하루에 한 편에서 최대 두 편만 보는데, 그간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무척 많이 개봉해서 더 미루다간 원하는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다 보지 못할 것 같아 조조부터 한 방에 몰아 예매했지요. 덕분에 하루는 쫑났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합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 ‘동주’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2016년 2월 17일 개봉한 영화 ‘동주(DongJu; The Portrait of A Poet)’는 총 110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반의 구성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가 이쪽 부분 이해력이 달리는 편이라 중반 이후 송몽규가 다수의 조선유학생들을 모아 작전회의를 할 때에 다루어진 이야기들이 완전히 이해 가지 않아 아쉬웠지만 대체로 영화 전반이 너무나 제 취향이었던 영화입니다.
등장인물에는 윤동주
, 송몽규, 이여진 등이 있었지요. 순서대로 강하늘 배우, 송몽규에 박정민 배우, 이여진에 신윤주 배우 등이 맡으셨습니다. 요즘 강하늘 배우가 많이 보이는데 많고 다양한 연기 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오늘 본 영화 중에 하나인 ‘좋아해줘’에도 출연하셨더라고요. 둘 다 연기 정말 좋았어요. 박정민 배우도 송몽규 역할 너무 잘 연기해줘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다만 궁금한 것이 이여진 배우를 통해 느껴졌던 것이 감독님께서 의도한 바였던 것인지 말입니다. 약간 쓸쓸한 것 같은 느낌과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제가 제대로 느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게는 어색함이 더 컸거든요.
하지만 이여진 역할이 이 영화에 준 것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의 색감입니다.
영화는 약간의 흑백의 느낌으로 시작됩니다. 아니, 색깔이 있었다면 제가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을 장면 위에 덧대어 상상으로 불어넣은 색감일까요. 분명 흑백의 차분한 분위기의 영화였으나 기억 속에 선명히 남는 이 색감은 무엇일까요? 사실 지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헷갈립니다. 이 영화가 칼라였는지, 흑백이었는지.
말씀드리자면 너무나 좋았습니다. 어색하고 약간 쓸쓸하고, 조심스러운 것도 같으면서 풋풋한 이여진이 주는 분홍색 혹은 연한 갈색의 색감. 거의 이 느낌이 제가 영화를 감상하는 중 느낀 ‘초~중간부분’을 담당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좋았던 점은 많습니다. 처음엔 잔잔하고 개구지게 시작되는 이 영화는 평화에서, 피해갈 수 없는 난세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어요. 요즘 제가 보는 드라마에 난세 얘기가 많이 나와 이런 단어를 쓰게 되네요 ㅋㅋ 여튼, 딴 얘긴 제쳐두고.
제가 윤동주 시인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긴 해도 그렇게 막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 왜냐면 그 시를 완벽히 이해하고 마음에 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주’를 보면서, 중간중간 흘러가는 그의 시를 듣고 보면서 너무나 와닿았습니다. 슬프고 기쁘고 벅차졌습니다. 아 저런 의미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고 마치 윤동주 시인이 하늘을 보듯 화면 가득 하늘이 담기면 왠지 윤동주 시인의 시점에서 하늘을 보게 될 것만 같은,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마저도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아쉬웠던 것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약간 급진행 된 것 같은, 0.1%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윤동주 시인이 죽었다고 극중 송몽규가 면회 온 아버지와 윤시인의 아버지에게 이야기할 때입니다. 물론 바로 장면이 전환되며 약간 부족한 느낌을 감싸주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10분, 아니 5분만이라도 중간에 장면 하나가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긴 하니까 사실 막 그렇게 불만이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꿈꾸는 거죠. 이랬으면 어떨까, 하고.
영화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동주’는 ‘시인’으로 불리길 바랐을까요, ‘선생’으로 불리길 바랐을까요. 어쩌면 둘 다 아니었을지도요. 둘 다였을 수도 있겠지만.
글 쓰며 궁금해진 것이 하나 있는데 묻겠습니다. 이 영화 정말 흑백이었나요?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먼저 본 영화가 ‘동주’였는데, 여운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도 ‘동주’군요.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끝까지 정말 행복할 것 같네요. 이 여운 품고서 잠들고 싶습니다.
시간이 난다면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이런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