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진 않았다.
그저 조금 가려웠다. 그래서 조금 발갛게 될 정도로 긁었을 뿐인데, 집에 와서 보니 검붉게 멍이 들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았다. 검붉은 기가 그대로 가려진다. 그만큼 아주 작은 멍, 아프지도 않았다. 뭔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너무 긁었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신경 끄자 싶어서 그대로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멍은 2배로 커져 있었다. 불어난 멍의 영역을 보며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이번엔 다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러나 이번에도 통증은 없었다.
뭘까. 근처 팔뚝을 긁적여봐도 모르겠다.
해서 그냥 냅두었다. 그러고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된 지금, 보니까 좀 아까보다 더 커졌다. 처음의 네 배. 아니, 세 배?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두고 봐야지, 하고 '멍'이라는 화두는 아무렇게나 신경 저 편에 던져버렸다. 그것 말고도 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았다.
그러니까 멍 따위 조금 들면 어떠랴. 별 큰 일이야 있겠냐.